이곳은 더위가 길어서, 9월 중순이 되어서야 기세가 꺾인다. 앞으로도 달 반이 더 지나야 한다. 그래도 마음의 자세가 바뀌니까 견딜만하다. 겨울에는 눈도 제법 온다. 눈사람을 만들고, 아들과 눈싸움을 하면서, 뭐 거의 일방적으로 가지고 놀지만, 추위를 잊고 놀이에 몰두하기도 한다. 주변에는 친환경적인 산도 많아서 새싹이 돋을 때, 푸른색이 채워졌을 때, 꽃이 피어 울긋불긋 해졌을 때, 열매가 매달려 익을 때, 단풍이 들어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 자주 찾아다니며 친구로 지낸지 꽤 됐다.
도시에서 살 때도 또 그런대로 재미있게 살았지만, 여기서도 정과 여유를 갖추니, 시간마다 계절마다, 즐거움이 묻어나온다. 차타고 오 분만 나가면, 만을 끼고 드라이브하며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다. 꼬막과 낙지와 도다리와 바지락과 도미와 우럭과 장어와 꽃게, 헤아릴 수 없지만 하나씩 먹다보면, 어느새 한 해가 빠르게 지나간다.
낚시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기본실력이 어디가나 싶을 정도로 던지기만 하면 숭어가 걸려나온다. 돔도 낚아 보았다. 그 자리에서 삭삭 떠서 입에 넣으면 말 그대로 싱싱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주님 감사합니다. 이런 곳에서 살게 해주셔서”라고 고백한다. 그러니 지인들과 통화할 때면, 강진의 홍보대사이다.
사람들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다. 누가 어렵고 힘들 때는 내 일처럼 나서서 거두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다못해 식사 때도 얼마나 부르는지 같이 먹다보니까, 일 년 동안 4키로가 쪘다. 작정하고 운동해도 또 먹여놓으니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 그저 맛있어서 부르고, 그래서 가져오고 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여기는 살찌는 곳이다.
주님이 보여주신 대로 정확히 그날, 우리는 땅을 샀다. 그리고 이제는 철거허락이 떨어져 종전에 있던 건물을 허물면, 곧 성전을 짓는다.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이다. 정말 놀라우신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인도하신다. 성도들과 우리는 그저 하나님을 찬양하며 나아가는 사역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주예수그리스도은행’에서 나오는 액수만큼 정성을 모아 짓기로 했다.
예배를 드릴 때마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도 거실은 찼는데, 한 달 동안 두 가정이 더 나왔다. 조그만 집 문턱 앞에 신발을 벗어 놓을 곳이 부족해서, 쌓아 놓은 것을 상상해보라. 이것이 우리에게는 현실이다. 그리고는 오층까지 걸어서 예배드리러 올라오는 성도들, 엄마 손 잡고 와서 오전, 오후, 꼬박 두 번을 예배드려도 마냥 웃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늘 이렇게 예배를 드리면서도, 핵심은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사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기도의 분량을 채워야 한다.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본다.
얼마 전부터 교육의 달란트가 있는 분이, 우리교회에서 전도사 사역을 하시게 됐다.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셨고, 영문학 박사이며, 교수이신데, 방학마다 우리교회의 아이들에게 영어마을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사역이 재정과 상관없이, 어찌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장소와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늘 꿈을 꾸며, 하나님을 만났느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성도들이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당신들은 기도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정말 시골에서 보기 힘든 역사가 진행 중이다.
모든 예배에 온 성도가 몸부림을 치고 있다.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내 맘대로 살지 않고, 순종하며 살기를 소망한다. 아담의 불순종이 무엇을 초래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주님의 순종으로 많은 이가 의롭게 되었으니, 우리도 순종하며 살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예수소망교회’에서는 금요기도회와 제자학교와 복음학교와 다림줄과 독서학교와 영어마을이 교회의 축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다. 정말이지 어린 시절부터 하나님을 만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연스럽게 신앙 안에서 성장하며, 고백하고, 영접하는 신앙인으로 자라나야 한다. 세상적인 것을 접목하기 전에 하나님의 것을, 우리들의 것을 먼저 알게 하고 순응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방학하는 날부터 영어마을로 아이들을 붙잡았다. 매 주 3년만 참석하면 모든 말을 영어로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다고 했다. 독서학교를 통해서 가치관과 인성과 논술을 배우고, 영어마을을 통해서 실력을 갖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예배와 제자학교를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이다. 이 세상을 어찌 하나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그저 이곳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평안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성도들과 내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산다면, 또한 그것으로 충분하다.
성전건축이 눈앞에 와 있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바로 전이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주님과의 긴밀한 관계를 늘 유지한다. 그리고 조금만 주의를 살펴보면, 건축과 관련된 분들의 경험과 간증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저 이론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나하고는 하나님만 같을 뿐이지,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고로 해야지 진리로 삼고 나아가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것이 당시는 진리였지만, 너희들에게는 참고일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알려준다.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실까? 하루하루 주님 앞에 나아가서 살펴야한다. 그리고는 내 맘에 내키지 않아도, 말씀하시면 순종해야만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부족함을 느낀다. 그런데 이 부족함을 지나치기에는 부담이 온다. 그래서 주님의 긍휼을 기다리며 엎드린다. 주님께 엎드려 부르짖으며,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