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다니는 목적은 하나님을 섬기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성경말씀을 따라서 실천하여 궁극적으로는 영생을 소유하는 것일 것이다. 과연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생활이 이럴까?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 목사님을 만나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식사 후 차 한 잔을 마시는 중간에 나눈 대화는 목사님의 교회의 성도 중에서 신앙생활을 잘하니 자녀들이 복을 받아서 이렇게 잘 되고 저렇게 잘 되고 하는 내용이었다. 워낙 오랜만에 만난 친구 목사님이기에 웬만하면 그러려니 들어주고 일어서려고 했으나 몇 십 년을 사역하신 목사님께서 저런 의식과 생각인 것이 내내 속이 편치가 않아서 내가 한 마디 거들고 나섰다. 목사님 예수 믿고 이 땅에서 복을 받아서 잘 살게 된 것이 신앙생활을 잘 한 것이라고 단정을 하신다면, 세상에 예수 안 믿고 신앙생활을 안 하면서도 부자로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누가 복을 주었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신앙생활 잘하신 그 분들의 자녀들은 부모님의 신앙을 본 받아서 교회를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겠지요? 그 때부터 친구 목사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작년 5월 19일 팀 켈러 목사님께서 췌장암으로 소천 하셨다. 어느덧 그의 1주기가 다가온다.
팀 켈러 목사님의 소천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했다. 참 다양한 교파의 사람들이 다양한 찬사를 그에게 보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사 중에 한 명이었다. 팀 켈러 목사님은 뉴욕에서 20여 년간 목회했다. 리디머 장로교회는 순식간에 성령의 바람이 불어온 듯 성장했고, 이후 팀 켈러 목사님은 교회를 키우기보다는 다양한 교회를 개척하는 '리디머 시티투시티'라는 단체의 이사장으로 48개 도시에서 250여개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목회자를 교육하는 등 다양하게 활동했다. 여기까지는 팀 켈러라는 직업 목사의 사역의 이야기이다. 목사였던 그는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천국으로 떠났다. 그는 많은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든 결정적인 목사였다. 적어도 그의 삶은 오늘날 성도로 사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준 것일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정통적이고 복음 중심적이고 성경 중심적이었지만, 현대인에게 파고드는 현대인의 심리를 꿰뚫는 설교를 자주했다. 그의 설교와 그의 책 '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를 읽어 본 후 지금까지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경험은 기독교에 대한 나의 인식을 수정하게 되었다. 팀 켈러 목사의 설교는 결국 '당신이 믿고 있는 종교를 보라'는 것이다. 무신론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진보, 지성, 합리성, 혹은 적어도 자기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 그것이 과연 신을 믿는 것 보다 더 우월한 것인지 따져보자는 것이기에 그의 방식은 '기독교 변증법'이라 불린다. 그러므로 그는 찬사와 함께 비난도 엄청나게 받았다. 하지만 팀 켈러 목사가 자신이 속한 교단을 넘어 범 교회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사역의 방향성에 핵심이 있다. 팀 켈러 목사는 복음은 반드시 사회참여와 선교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그 말대로 스스로 실천했기에 다양한 교단의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신명기 10:18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시편 146:9 여호와께서 나그네들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붙드시고 악인들의 길은 굽게 하시는 도다, 스가랴 7:10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와 궁핍한 자를 압제하지 말며 서로 해하려고 마음에 도모하지 말라 하였으나,”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도 어렵고 아픈 소외계층들을 돕는 일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구제나 나눔 활동은 흔히 부차적인 의무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교육과 전도사역 등을 충분히 한 후 게다가 시간과 예산과 여유가 있을 때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팀 켈러 목사는 사회참여에 대해 강조하면서 이것은 균형을 이루기 위한 보완이 아니라 복음을 분명히 알면 자연스럽게 정의와 사랑과 나눔 사역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당연히 개인 목회자와 개교회가 집중하는 사역이 있을 수 있지만 복음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이는 종합 사역이다. 모든 형태의 사역은 복음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고, 복음에 기초해야 하며, 또한 복음의 결과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팀 켈러 목사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한 영혼의 구원과 사회 구원이 분리 된다는 생각은 복음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두 개의 사역을 합쳐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복음에서 출발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이다. 복음을 바르게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복음으로 파생된 사역들을 하게 될 것이다. 팀 켈러 목사는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을 ‘구제 사역’이라고 하지 않고 ‘정의 사역’이라고 하였다. 그는 왜 ‘정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가 6:8) 미가 선지자는 ‘겸손하게 하나님과 행한다.’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자’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헤세드’는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 무차별적인 은혜와 동정을 의미하는 말이고, ‘공의’와 ‘정의’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미쉬파트’는 구약성경에만 200번 이상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말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인간을 공평하게 대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시다. ‘법’에 해당하는 ‘미쉬파트’는 인종이나 사회적인 지위와 상관없이 옳고 그름에 따라 누구든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으면 똑같은 형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결국 징벌과 보호와 보살핌 또한 마땅하게 몫을 주라는 뜻이다. 이 단어의 의미는 어느 시기에나 있는 취약계층’인 과부와 고아, 나그네, 가난한 이들을 보살피고 보호하며 성경 말씀에 따라서 사람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한 교회와 한 사회의 미쉬파트로 정의와 공의의 실천이며, 말씀을 실천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선구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