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2023년도 어김없이 찾아온 끝자락에서 소명과 사명의 엄중함을 되새긴다. 소명(召命)의 사전적 의미는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명령’ 또는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calling)을 의미한다. 이에 반에 사명(使命)은 ‘사신이나 사절이 받은 명령’ ‘맡겨진 임무’(mission)이다. 소명은 택하여 주심이다. 하나님의 미리 아심, 미리 정하심, 부르심, 의롭다하심, 영화롭게 하심의 단계를 거쳐서 우리의 소명과 사명은 완수된다. ‘미리 아심’과 ‘미리 정하심’은 우리가 부르심을 받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정하신다. 하나님께서 우리 일생의 한계를 정하셨으니, 다만 우리는 소명에 응답하여 사명에 충성함이 범사의 끝자락이 있음을 직시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아는 것이다.
주권자 되시는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미리 정하셨다.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거하게 하신 사람은 복이 있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 하리이다”(시편 65:4). 우리가 하나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택정하셨다고 성경은 밝히고 있다.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에 이미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오셔서 안아주시고 품어주시며 손을 잡아 주의 뜰로 이끌어주신 것이다. 지렁이 같은 야곱을 잡아서 타작기계로 만드시고 돌 감람나무 가지를 꺽어서 참 감람나무에 접붙여주신다. 시편 1편 3절에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고 한다. 복 있는 사람은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이다. 심겨졌다함은 옮겨져 새롭게 심어졌다는 뜻이다. 우리의 공로는 0%, 하나님의 행하심은 100%로 우리는 사막에서 뽑혀서 시냇가로 옮겨 심겨진 존재이다. 미리 정하심은 완전히 죽은 나의 혼에 하나님의 영으로 말미암아 생명의 바람을 불어주신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이며 복이다. 사랑과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미리 아시고 정하신 후에 우리를 불러주신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는 ‘아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부르셨다. 상품의 브랜드는 원래 말에 찍은 낙인을 의미했다. 목장에서 말의 소유자를 나타내기 위해서 낙인을 찍듯이, 하나님은 우리의 존재에 낙인을 찍으셨다. ‘그의 소유된 백성’이기에 세상에서 우리를 불러내신 것이며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나온 성도들의 공동체이다.
로마서 1장 1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라고 말씀하고 있다. 바울이 자신의 분명한 부르심에 고백한 것이다. 하지만 바울이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7)라고 말한 것은 그의 사명에 관한 것이다. 소명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면, 사명은 소명을 감당하기 위해 죽기까지 순종하며 나아가는 믿음의 결단과 의지이다. 의로움이라는 단어는 날마다 순간마다 맞닥뜨리는 영적 투쟁을 통해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과정이다. 자유의지로써 주님을 따르기로 결단함으로써 의롭다함을 받게 되지만 인간의 공로가 아닌 값없이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에 의존하는 ‘의롭다하심’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 이후에 그리스도는 영화로운 몸으로 부활하셨고 우리도 결국 죽음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영화로운 부활에 동참하게 된다.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무리들이 하나님의 보좌와 어린 양의 보좌 앞에서 찬양하는 그림을 통해 우리는 영화로운 삶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중생과 성화를 통해 영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덧입게 되는데 그 수단이 되는 것이 ‘소명’과 ‘사명’이며 하나님의 시간을 통해서 성숙되는 것이다.
끝으로 시간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분명한 사실을 아는 성도에게 하나님의 부르심(소명)은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임무(사명)는 내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알게 한다. 사명의 완수를 인생의 성공 즉 자기 욕심의 일과 동일시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사명을 완수할 때 우리가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명을 완수하는 사랑의 실천을 통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결국은 자신을 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새사람이 되는 것이다. 옛 자아를 벗어 버리고 새로운 자아로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신 소명과 사명을 이루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부르신 곳에서 예배하고, 부르신 곳에서 순종하며 나아가는 우리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할 때, 우리는 누에고치를 나와서 훨훨 나는 나비처럼 영화로운 몸으로 변화될 것이다. 나의 범사의 모든 일과 나의 시간의 한계를 정하시고 신랑 예수님의 신부로써 공중 혼인잔치자리에 택함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이선구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