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보고 싶어 개봉 전부터 내 마음속에서 안달(?)이 났습니다. ‘베이비박스’가 주제가 되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모를 끌리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어린 생명에 관한 현실이 바탕이 된 안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브로커》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 裕和) 감독이 연출한 것이기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어느 가족》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 적이 있기도 합니다.
베이비붐 시대인 60년대에 태어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나와 비슷한 나이이고 가치관이 비슷했습니다. 그 가치관은 ‘꾸밈보다 자연스러움’입니다. 나도 인생을 과장하거나 축소해 메이크업(make up)해 만들어 내는 인생을 싫어합니다. 있는 그대로 속에서 구수함과 깊게 우린 국물처럼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친구 같은 느낌입니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좋았던 것은 연출의 자연스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영화든 마찬가지입니다. 대본에만 메이는 것이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의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가깝고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은 연출기법이 너무 좋습니다. 특히, 어린 연기자들에게는 "그냥 편하게 놀아라"라고 말한 후, 그대로를 영상에 담는다고 합니다. 이번에 영화 《브로커》에 나타난 예를 들면, 최연소 스타 영화 속 우성이에 관한 일화입니다. 우성이는 불행하게 태어나 입양되고, 돈에 의해 팔려 갈 위기에 놓인 생명입니다. 영화 속에서 “우성이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보호받은 아이예요”라는 대사가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신기하고 놀랬습니다. 그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또 한번 더 놀랐습니다. 그리고 박수를 쳤습니다. 친구 같은 친밀감이 새록새록 나타났습니다. 그의 자연스러운 연출이 즉흥적으로 나타난 그 장면을 그대로 영화에 나타내 보였던 것입니다.
영화 《브로커》와 꾸밈없는 연출력이 준 교훈,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인생 교훈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와 배우들 그리고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영화의 소재로 쓰인 우리나라에 있는 ‘베이비박스’는 지난 2009년 주사랑 공동체교회(담임 이종락 목사) 담벼락에 설치된 것이 시초입니다. 이종락 목사는 "다운증후군 아기가 생선박스에 담겨 교회 앞에 놓여 있었는데, 자칫하면 아기가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염려에 아기 도봄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 ‘베이비박스’는 2014년 개봉한 미국 영화 《드롭박스》(The Drop Box)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영화를 제작한 브라이언 아이비(Brian Ivie) 감독도 국내 사례를 참고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나관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