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날씨는 문학의 제재(題材)로는 특수하지만 익숙한 글 솜씨가 아니면 그것에 관해 훌륭한 글을 쓸 수 없다고 하였다. 날씨는 모든 사람의 일상적 경험인데다가 수식어도 어지간히 동원된 셈이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유별나게 더위를 힘들어 하는 나로서는 그래도 한 번쯤 더위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날씨는 끊임없는 화제꺼리요, 여러 종류의 병의 원인이며,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핑계꺼리가 된다. 날씨가 생물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한국의 여름은 지독하게 무덥다. 더구나 올해는 장마도 보름 만에 끝나고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앞으로 한 달 내내 한반도를 덮을 것이라는 예보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의 주 무대인 이집트 테베 지역 룩소르의 한낮은 정말 뜨겁다. 사막을 덮고 있는 티 없이 맑은 하늘에서 태양이 쏟아져 내리는 작열이 가히 살인적이다. 그러나 밤 기온은 상쾌하기조차 하다. 동남아의 한 여름도 무척이나 끈끈하고 덮지만 매일 한두 차례 징후도 없이 쏟아져 내리는 소낙비가 지열을 식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여름은 그늘이든 오밤중이든 별 차이 없이 덥다. 밤잠을 설쳐서 피로하고, 식욕도 어느 정도 감소된다.
하기야 체온과 맞먹는 기온이 여러 날 씩 지속되니 누군들 힘들지 않으랴. 그래서 조사해 보았더니 1820년에 자동기계온도계가 발명된 이후 최고의 더위 기록은 1922년 9월 13일의 멕시코 포토시 산 루이스의 섭씨 58도였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한 여름 더위는 축에도 못 드는 셈이다.
여름 더위를 예찬한다. 덥지 않으면 오곡백과가 익지 않는다.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항목이니 더위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 비밀을 감추기 힘들만큼 생각도 마음도 열려서 용기를 북돋는다. 수줍어하는 아기씨조차 징그러운 벌레가 붙은 것 같아 내보이기 꺼리는 어깨의 큼직한 우두자국을 당당하게 노출한다. 굵은 다리를, 살이 남아 삐져나오는 허리를, 심지어 사마귀 붙은 등짝을 보란 듯이 내놓고 거리를 활보한다. 손짓하여 부르는 계곡이 있고 바다의 즐거운 낭만이 있다. 바캉스는 신명 나는 즐거움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추억거리는 어린 시절의 시골 생활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묘사된 유년기의 동화적 색채가 그것이다. 오래간직되는 여름의 서정이다. 성경의 중심무대인 이스라엘은 사계절이 없다. 4월부터 9월까지는 지하의 수분마저 증발시킬만한 땡볕이 내려 쪼이는 건조하고 뜨거운 기간이다. 그럼에도 그 곳의 건기는 축복이다. 히브리어의 여름은 <카이츠>인데, 여름 실과도 카이츠다. 더위는 결실과 수확의 풍요로운 계절,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는 계절이다. 기쁨과 감사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풍요로운 계절이다.
우리나라의 여름도 온갖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니 더위에 의한 고통을 넉넉히 상쇄시고 남을 감사가 있다. 더구나 7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 독서계에 변화가 왔다. 등화가친의 가을에서 무더운 삼복더위로 독서의 계절이 바뀌었다.
서점가의 성수기는 여름이 되었다. 이 여름에 마음먹고 성경 66권 통독하는 기회로 삼으면 더할 나위 없는 은혜를 수확하는 여름이리라.
현 의 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