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전도 이야기
여기 미국 수도 DC는 완연한 봄이다, 여기 저기 꽃이 피고 작은 날벌레도 벌써 날아 다닌다. 제일 살판 난 건 노숙자들이다. 추운 겨울을 잘 참았다고 하나님이 푸근한 봄을 상으로 주시는 듯,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1불과 전도지를 나누다가, 너무 적은듯하다 해서 2불을 나누는데, 받는 노숙자들의 얼굴이 환히 밝아진다. 미국 2달러 지폐는 좀 이상한 면이 있다. 나는 미국 수년 살면서 2달러 지폐를 두어번 보기는 했어도 내 수중에 들어 온 적은 한번도 없을 정도로 귀하다. 2불을 받은 노숙자 가운데는 Is it real?하며 만져 보고 서로 수군거리기도 하고, I will keep it as souvenir(기념품)라고 주머니에 넣는 사람도 보았다. 미국인들은 2달러가 들어 오면 지갑에 잘 넣어 갖고 다니며 잘 쓰지는 않는다. 2달러를 주면서 내 인기도 상승해서, 멕시코 지역에 가면 노숙자들이 나더러 ‘빠빠, 빠삐’(아빠)하면서 엄지 척 한다. 저들도, 나도 기분이 좋다. 작은 것인데, 서로에게 이런 기쁨을 주다니, 이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외람되지만)이다.
그런데 내 오랜 친지 하나가 큰 헌금을 하면서,‘뭐 샌드위치라고 사 먹으려면 5불은 줘야지요’해서 얼마 전부터 5불과 전도지를 나누어 준다. 5불과 전도지를 받는 노숙자들은 정말 기뻐하며 반긴다. 물론 전도지도 더 공손히 받고 내 이야기도 귀담아 듣는다. 이들 중 몇이라도 꼬옥 예수를 믿기 소원한다. 내 친지들 중에는 ‘노숙자에게 돈을 절대 주지 말라, 돈 주면 마약한다’고 극구 말리는 사람도 더러 있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노숙자 가운데 분명히 흐늘 흐늘 마약하는 사람으로 보이면 그냥 1달러와 전도지만 준다. 그러나 멀쩡해 보이는 사람인데, 마약을 할지도 모른다고 구제를 안 할 수는 없다. 재정이 하락하는 한, 5달러를 계속 나누어 줄 생각이다.
노숙자들을 수년 동안, 많이 보았지만, 노숙자들에게 돈 주는 사람은 거의 본 일이 없다(내 착각일까? 그렇기를 바란다). 엊그제 오랜 만에 노숙자에게 1불 주는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전도지를 나누며 전도하거나, 따뜻한 대화하는 사람 별로 없다. 그들에게는 돈도 필요하고, 예수도 필요하고, 대화하는 친구도 필요하고, 지나가며 늘 웃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내 지나다니는 길의 노숙자들은 많이 나를 알고, 내가 물휴지, 생수, 돈을 주기 바란다, 전도지를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그래서 근처 giant 라는 grocery 의 선불 카드를 갖고 다니며 수시로 휴지, 물, 껌 들을 사서 갖고 다니는데, 사실 전도지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불우한 저들에게 예수 외에는 소망이 없으니 말이다. 물휴지나 물병은 무거워 들고 다니기 힘든데, 가까이서 노숙자들이 들어 주고, 또 물 한 박스(제일 큰 것이 35 병) 공원 벤치에 갖다 두면 스스로 와서 한 둘씩 집어 간다. 목 마른 자는 다 내게 오라 하신 예수님 말씀처럼,... 나는 가서 물병과 전도지를 나눈다. 이들은 또 이를 안 닦으니 치아가 말이 아니다. 식사 후 껌을 씹으면 음식 찌꺼기가 없어지니, 껌도 한통씩 나누어 준다. 공원 한쪽에 얼굴까지 늘 코우트를 뒤집어 쓰고 햇볕 쪼이며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며칠을 지나치다가 엊그제는 다가가서 깨워 말을 걸었다. Gabi?? 라는 할머니 인데, 암 수술 후 6개월 이란다. 돈을 주고, 전도지로 짧게 전도하고, 이야기를 좀 들어 주었다. 그런데 내게 요구르트 있냐고 묻는다. 수술 후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내게 요구르트는 없으니 내일 사다 준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갔더니 날마다 그 자리에 있던 할머니는 사라졌다. 그리고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하지 아니하면 이렇게 영영 기회가 없어지는 경우이다.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을 주는 자는 자기 상을 결코 잃지 않으리라 (마태 10:42 )하셨는데, 지금 냉수를 주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는 교훈을 다시 배운다. 내 하는 노숙자 사역은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 베푸는 작은 일이지만, 주님 보시기에는 귀한 일인 듯 하다.
이글을 읽으시는 친지 여러분, 부디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 대접하는 마음으로 소외된 자, 낙오된 자들을 돌아 보는 기회를 찾아 보시라. 크게 돈 드는 일 아니고, 매일 운동하고 걸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노숙자들의 작은 필요를 채우는 것이다. 부디 이 좋은계절에 건강 증진하시고, 조금이라도 좋은 일에 남은 생을 들리기를 기도한다.
정진환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