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8-10-16 23:29:30
일본에 오게 된지 벌써 9년째를 맞이하였습니다. 어느 방송에서 설레임이 없어지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에 비해 매일 같은 일상에 설렘이 없어진 어른들은 1년이 한달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시간연구가의 해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선교사초년생으로 설렘과 긴장, 기대감, 우려등 복잡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 볼 여유 없이 걸어온 9년이라는 시간이 참이나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초창기에는 일본생활과 문화, 언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3,4년이 지난 후부터는 본격적인 사역에 고군분투하며, 9년이 된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짐에 안주하려는 자신과 선교의 열매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 모습에 조급함을 느끼는 자신을 문득문득 발견하곤 합니다.
10년째가 되면 좀 자신의 사역을 정리하며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을까요? 선교사로 헌신한 후 선교 지를 기도함 가운데 일본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과 일본인 유학생을 만나게 하시면서 일본에 마음을 주셔서 일본그리스도개혁파교단 사카도 교회에서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지부장이셨던 선교사님을 통해 일본인교회 사카도 교회를 소개받았고, 면담을 위해 잠시 일본에 들어와서 일주일간 교회에서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책으로 공부한 일본어라 귀는 막히고 입은 열리지 않은 상태로 긴장 속에 머물렀었는데, 일본 목사님부부께서 시골구경을 시켜주신다며 데리고 나가 주신 것과 벗꽃이 피는 봄이었는데 교회 분들과 교회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 알아듣지 못해도 친절했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후 반 개월 후에 협력관계가 이루어져 다시 사카도 교회를 방문했을 때 환영해주시며, 바로 어학학원에 다닐 수 없었을 때 교회 어르신들이 모여 보란티어로 섬겨주시기도 하고 교회자모실에서 지낸 지 한 달 후 집이 마련되었을 때는 가스렌지부터 젓가락까지 물품을 모아주시는 모습을 보며 일본인들의 배려심에 감탄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일본생활과 교회생활은 독신인 제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국제결혼한 부부생활과 같았습니다. 예전에 언어는 문화를 투영하고, 언어가 다른 것은 그만큼 문화도 다르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밥그릇을 드는 것부터 다른 문화가 그럼에도 주님의 이름으로, 신앙으로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고,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의 심중을 읽을 수 없어 저는 저대로, 그들과 전혀 방식의 선교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지인들도 서로 힘든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청소년 사역을 주로 맡았던 저에게 큰 위로와 힘을 주는 건 어린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들도 인내함으로 저를 꾸준히 참아주고, 기다려주었고 9년이 흘러 성인이 교회학교 교사로 섬기는 모습들을 보며 큰 성과라고 보여줄 건 없어도 이제는 부모님 같은 목사님을 비롯하여 성도 분들, 내 자식 같은 교회 아이들과 사랑과 신뢰함 가운데 나아가게 하신 주님의 은혜의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