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스토리텔링 바이블
어느 날 어머니께서 상기된 표정으로 급히 나를 찾으셨다. 표정만 봐도 중요한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말씀하셨다.
“야곱, 네 소원을 이루게 해 줄 테니 염소 떼에 가서 좋은 새끼 두 마리를 잡아오너라.”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어머니는 아침에 아버지에게 갔다가 문 밖에서 에서에게 장자의 축복을 해 주시기로 했다는 말을 들으셨다. 아버지는 형이 사냥한 고기로 만든 별미를 드신 후에 축복기도를 해 주겠다고 하셨으니 나에게 염소 새끼 두 마리를 급히 잡아 오라 하신 것이다.
시간이 급박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장자의 축복을 내가 받는다면 내가 실제로 형이 누리는 것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었다. 형과 나는 음성도 다르고 피부도 달라 아버지에게 금방 들통 날 것이 틀림없다.
“어머니, 형은 털이 많은 사람이고 나는 매끈한 피부를 가졌는데 아버지의 눈은 시력이 좋지 않아 속일 수 있어도 나를 만져보시면 어떻게 합니까? 복은 고사하고 저주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는 다짜고짜 자기 말만 들으면 될 것이라고 했다.
“야곱, 만일 네가 저주를 받게 된다면 내게로 돌리면 된다. 그러니 내 말만 듣고 가서 염소를 잡아 오너라.”
그래서 염소를 잡아 주었는데 어머니는 그것을 잡아 별미를 만들고 그 가죽의 일부를 떼어 손과 목에 묶어서 형과 비슷한 느낌이 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고는 별미와 떡을 받아들고 아버지께로 갔다.
“아버지”
“너는 누구냐?”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자 아버지는 내가 누구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서 다시 물으셨다. 나는 애써 목소리를 형 에서인척하면서 대답했다.
“아버지, 저는 맏아들 에서입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대로 사냥한 고기로 만든 별미를 가져왔습니다. 잡수시고 마음껏 제게 축복해 주십시오.”
아버지는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셨는지 어떻게 이같이 빨리 사냥했는지를 물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하나님이 순조롭게 만나게 해 주셔서 빨리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의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들아, 가까이 오너라. 내가 과연 네게 에서인지 아닌지 만져보고 싶구나.”
순간 들킬 것이 염려되었다. 그러나 이 위기만 넘긴다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위험을 무릎 쓰고 아버지께로 가까이 갔다. 아버지는 손을 내밀어 내 팔과 목을 더듬어 만지시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씀하셨다.
“음성은 야곱의 음성인데 손은 에서의 손이구나.”
아버지는 다시 물으셨다.
“네가 진짜 내 아들 에서가 맞느냐?”
“예, 제가 에서입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별미와 포도주를 맛있게 드시고 입맞춤을 해 달라고 하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아버지에게 입맞춤을 해 드렸다. 아버지는 잠시 나를 안고 있다가 축복해 주셨다.
“내 아들의 향취는 여호와께서 복 주신 밭의 향취로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축복기도가 끝났을 때 나는 서둘러 아버지 방을 빠져나왔다. 그때 형이 사냥한 짐승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집으로 돌아온 형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알지 못하고 노래를 부르며 별미를 만들어 아버지에게로 갔다.
“아버지,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드시고 마음껏 축복해 주십시오.”
아버지는 낙심하시며 나에게 한 것처럼 ‘누구냐’고 물으시며 말씀하셨다.
“조금 전에 사냥한 고기를 내게 가져 온 자가 누구냐? 네가 오기 전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여 축복했으니 그가 복을 받을 것이다.”
그제야 에서는 내가 형을 대신하여 축복받은 것을 알고는 몹시 분해하며 소리 내어 울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화를 내며 자기도 축복해 달라고 했다.
“아버지, 나도 축복해 주세요. 내게도 축복해 주세요.”
최창원목사(새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