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은 힐링의 에너지다”- <214장(통 349) ‘나 주의 도움 받고자’>
집에 꽃을 심으면 꽃향기가 옆집과 온 동네에 퍼지는 것처럼 찬송은 나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등 모든 이들에게 행복의 향기를 두루 퍼뜨리며 힐링을 선물한다. 이처럼 찬송이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모든 찬송에는 작곡자와 작사가의 직·간접적인 삶의 체험과 간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오늘 함께 여행할 찬송가는 ‘나 주의 도움 받고자’이다. 엘리자 해밀턴이 작사를, 아이라 생키(1840~1908)가 작곡했다.
작사가 해밀턴은 한 소녀의 간증을 듣고 이 찬송시를 만들었다. 부흥집회에 우연히 참석한 소녀는 복음을 접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집회 참석 후 자기 교회로 돌아가 목사님에게 올바로 예수님을 믿고 생활하고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목사님은 초(初)신자였던 소녀와 함께 간절히 기도한 후 주기도문과 간략한 기도문을 가르쳐줬다. 그리고 소녀는 이렇게 스스로 기도를 드렸다. “주 예수님 이곳으로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모습 이대로 받아주세요.” 소녀의 기도문을 토대로 ‘나 주의 도움 받고자’란 찬송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찬송가 1절은 예수님을 믿기 시작한 시점에서 구원의 감사는 알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신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내용이다. 2절은 원죄와 자범죄로 인해 구원 받지 못할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3절은 예수님을 믿고 제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지만 늘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몸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고백하는 내용이다. 4절은 나를 비롯한 우리 모든 성도들의 고백이다. “주님 서신 발 앞에 나 꿇어 엎드립니다.”
이 곡의 멜로디는 잔잔하면서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음정과 리듬이 단순하고 부드럽다. 리듬과 멜로디의 진행이 2~4마디 단위로 반복되면서 점차 높아지다가 같은 방법으로 하행진행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주님의 크신 역사를 이루는 도구로 ‘감히’ 나를 들어 사용해달라는 간절한 소망과 고백이 이 같은 멜로디를 통해 잘 드러난다.
힘들었던 유학생 시절, 교회에서 특송으로 이 찬송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성악공부를 시작한 것이 나의 달란트를 온전히 주님께 드리고자했던 초심이 이 찬송을 부르면서 가사 한마디 한마디와 어우러져 마음속에 다시 되새겨지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특송이 끝난 후에 내가 지휘자로 있던 성가대원들의 간증이 떠오른다. 그들도 대부분이 힘든 유학생들이었는데 늘 불러왔던 이 찬송이 그 날은 초심의 믿음을 되찾게 해주면서 힐링이 되었고 삶의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후로 성가대원들의 요청으로 성가연습 때마다 이 찬송을 부르곤 했다.
나의 유학생활은 그 이후에도 여전히 힘들고 어려웠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 찬송을 늘 함께 부르며 행복하게 유학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두 딸들도 어릴 때 가정예배 때마다 불렀던 이 찬송을 가장 좋아하는 찬송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세상의 명예를 쫓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면 이 찬송을 조용히 부르며 주님께 온전히 나 자신을 드리는 기도를 한다.
‘나 주의 도움 받고자’는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헌금송이나 특송으로도 많이 부르고 들어왔던 친숙한 찬송가이다. 이 찬송이 계속해서 불리워지는 까닭은 이 찬송의 주인공인 소녀처럼 모든 기독교인들이 처음 주님을 영접했던 그 순수한 신앙으로 자신을 주님께 온전히 드리는 마음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찬송가 가사처럼 주님은 우리모습 그대로 받으시기를 바라시며 기뻐하시리라 믿는다.
성도들 모두가 자신에게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찬송 한 곡은 일생동안 하나님이 주시는 힐링의 에너지이며 하나님께 드리는 간증이 될 것이다. 때로는 30분의 장황한 설교나 강연을 듣는 것보다 노래한 곡, 찬송한 곡이 더 많은 은혜와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성도들이 찬송가를 묵상하고 부르면서 사는 세상은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도 기쁨과 승리의 행진이 될 것이다. 꽃향기가 온 동네에 퍼지듯이 아름다운 찬송 곡들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지길 기도한다.
김진상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