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삶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상대의 입장과 처지에서 그를 생각하고 그가 처한 상황을 얼싸안는 것을 말하는데 너나 할 것 없이 공감을 잘 못 합니다. 옳고 그름의 룰에 갇혀 판단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공감하는 것에는 아주 서툽니다. 공감하자고 시작했다가도 결국은 옳고 그름으로 결론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실 공감만 잘해도 인격이 돋보이고 관계가 좋아질 것입니다.
욥기서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4-37장). 동방에서 가장 훌륭한 자였던 욥이 환난을 당했다는 소식에 친구들이 급히 찾아왔다가 너무도 기막힌 모습에 말문이 막혀 일주일을 가슴 치며 같이 울었습니다. 그러자 욥이 마음에 있는 얘기를 쏟아냈는데 그때 친구들은 돌변하여 욥을 비난하여 충고했습니다. 2차 가해였습니다. 이미 몸이 만신창이 되고 집안이 풍비박산됐는데 그를 앞에 놓고 이 무슨 태도입니까? 명색이 친구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18장에서는 욥을 아예 악인이라고 규정하고는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그래서 욥이 탄식합니다. ‘옳은 말이 어찌 이리 고통스러운고’ 혹 이런 일로 가해하거나 피해를 당한 적은 없습니까?
왜 사람들은 공감을 잘 못 하는 걸까요?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오해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감보단 옳고 그른 것에 대해 말해주고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을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입에 쓴 약이 몸엔 좋다’고 둘러댑니다. 공감을 주제로 쓴 「당신이 옳다」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왜 공감해야 하나, 어떻게 공감해야 하나’라는 것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약보다, 그 어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공감이라고 했습니다. 공감의 핵심은 ‘당신이 옳다’ ‘네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럴 때 비로소 ‘내 편이 있구나’는 생각을 하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자기를 수용하게 되면서 스스로 상처를 극복해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공감을 심리적 심폐소생술이라고 했습니다.
1982년 조용필씨가 4집 발매 후 한창 바쁠 때 어느 요양병원 원장으로부터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답니다. 병원에 14세된 장애 여자아이가 있는데 4집에 수록된 ‘비련’이라는 노래를 듣더니 눈물을 흘렸다는 것입니다. 입원 8년 만에 처음 감정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부탁하기를 이 소녀의 보호자 측에서 돈은 원하는 만큼 줄 테니 이곳에 와서 우리 아이 앞에서 이 노래를 불러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조용필은 피우던 담배를 툭 끄더니 매니저에게 병원으로 가자고 했답니다. 그날 행사가 4개였는데 모두 취소하고 위약금 물어주고 시골 요양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했던 겁니다. 조용필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연 속의 소녀를 찾았습니다. 소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자 펑펑 울었습니다. 부모도 모인 이들도 모두 울었습니다. 조용필은 소녀를 꼭 안아준 후 사인한 앨범을 주고서 차에 올랐습니다. 그때 아이의 엄마가 물었습니다. ‘돈 어디로 보내면 됩니까, 얼마입니까?’ 그러자 조용필이 말했습니다. ‘따님의 눈물이 제가 지금껏 벌었던 돈보다 더 값집니다’
공감은 삶의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힘입니다. 나는 공감의 사람입니까?
배성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