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교수의 사랑방

선교논단 wmnews.org

사라진 교수의 사랑방

국제선교신문 기자 기사 등록: 2021.10.02 13:50


 

강의가 잡혀 있어 어느 대학교에 방문했을 때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많은 질문을 했다.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사업하실 때 제일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나요?”, “요즘 행복하세요?”, “누구를 존경하십니까?” 같은 질문부터 취업 면접 요령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기업을 크게 경영하시고 부자이신데다 건강하시기까지 한데 무슨 비결이 있으십니까?” 등등 별의별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평소 과장하거나 꾸며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여러분처럼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기가 힘들어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수십 통 씩 가지고 다니며 응시했습니다. 그러다 겨우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취직이 됐는데 기독 청년이다 보니 당시 만연했던 술, 담배로 시작하는 접대 문화를 피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솔직한 이야기에 학생들이 점차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나 열심히 영업을 했는지 걸어가다 보면 구두닦이가 뒤를 쫓아와 구두 뒷굽이 다 닳았다고 얘기해 줄 정도였습니다.” 실감 나는 현실적인 경험담에 학생들의 눈빛이 빛났다.

나는 항상 성령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을 느끼면서 세상을 살아왔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러자 학과장 교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강의 시간에 특정 종교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웃으면서 내 생활의 기둥은 성경 말씀이고 나는 이 속에서 세상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하니 모두들 숙연해지고 눈빛에 거부하는 기색이 없었다.

강의를 마치고 총장님 방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학생 몇 명이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오늘 강의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순천에서부터 고속버스 타고 들고 온 감인데 아주 맛있어요. 드려도 될까요?” 나는 그 말에 가슴이 찡해져 내가 이런 귀한 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무척 고맙게 받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한참 이야기꽃을 피웠다.

일일 멘토가 되어 학생들과 기쁘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총장님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겼다. 다음에 또 이야기를 나누자며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오늘 학교로부터 강의료를 받았는데 너무 많이 주신 것 같으니 너희들 식사비로 하려무나.” 하고 주니 학생들이 무척 감사해 하고 기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청탁금지법이 생기고 나서는 그 사랑방에 못 가게 됐다고 한다. 낯선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왜 학생들과 커피를 마시지 못하느냐고 묻자, 학생들이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고 답한다. 나는 꽃집이 힘들고 식당이 힘들고 농가가 힘들어서 서민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학생과 교수 간의 따뜻한 정이 사라지고 감성 교육의 끈이 끊어졌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그 교수는 약자를 돕는다는 김영란 법이 배 아픔은 해결해 주었지만 서민들에게 배고픔을 주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스승 문화와 정 문화를 끊어버렸다고 덧붙인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언젠가 해결이 되겠지요.” 라고 답했다.

최후의 만찬 그림을 떠올려 보자. 예수님 무릎 위에 누워있는 요한의 모습과 제자들의 열띤 모습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끈끈한 정을 엿볼 수 있다. 초대 교회는 예배 때마다 성만찬을 했다. 당시의 성만찬은 성도 간에 밀접한 인간관계를 형성했으며, 오늘의 기독교를 만들었다. 떡을 떼는 것을 예배만큼 귀중하게 여겼던 초대 교회의 전통을 지금도 아름답게 지키는 교회도 많다.

이것이 우리 사랑의 기초가 아닌가 생각한다. 기독교의 기본이 사랑이라면, 사라진 교수의 사랑방은 어떠한 법에 의해서도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승과 제자의 사랑을 청탁이라는 시각으로 보지 않고 사랑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성숙한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는 성경 구절을 되새겨 본다.

 

강덕영이사장

취재: 국제선교신문 기자    기사입력 : 21-10-02 13:50

Copyright @2012 국제선교신문. All rights reserved.
국제선교신문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독자의견

Hot
성화의 단계
국제선교신문 |
요즘 직원들과 대화하며 세상 아버지 노릇 하기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들은 “잘못된 일은 모두 아버지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단다.또 요즘 젊은이들 중에 “아버지가 빌딩이라도… 더보기
Hot
스승과 제자
국제선교신문 |
어느 대학교에 특강 차 방문했을 때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많은 질문을 했다.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사업하실 때 제일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나요?”, “요즘 행복… 더보기
Hot
드레스코드와 상가람
국제선교신문 |
며칠 전, 넥타이 매는 것이 귀찮아 간편복을 입고 출근했는데 임원 중 몇 사람이 “모양은 좋은데 어쩐지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 예전에 TV에서 시청 직원들이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 더보기
Hot
죄에 대한 단상
국제선교신문 |
나는 그동안 죄는 무엇인가’를 많이 고민해왔다.유대인들은 죄를‘빗나간 화살’이라고 정의한다.하나님의 율법에 어긋나게생활하는 것들이 죄라고 생각하고 있다.회개는 이러한 죄와 잘못을 … 더보기
Hot
복지국가로 가는 길
국제선교신문 |
한국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그동안 제시되었고 또 실행되고 있다. 그리고 각 정책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찬반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 과정들을 뉴스로 지켜 보면서 … 더보기
Now
사라진 교수의 사랑방
국제선교신문 |
강의가 잡혀 있어 어느 대학교에 방문했을 때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이 많은 질문을 했다.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사업하실 때 제일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나요?”, “… 더보기
Hot
글로리 글로리 코리아
국제선교신문 |
지난 7월에 ‘영광스런 대한민국’이란 주제의 음악회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유나이티드문화재단 주최로 개최했다. 80명의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의 연주는 웅장했다. 특히 근대 선교사들의… 더보기
Hot
인생을 승리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
국제선교신문 |
인생의 1막은 대략 30년이다. 좋은 부모를 만나서 좋은 교육을 받으면 성공한 인생 1막이 된다. 인생 1막은 부모님의 온실 속이다. 그래서 특별히 공부를 잘 하고, 좋은 대학을 … 더보기
Hot
기도와 성경읽기
국제선교신문 |
우리 기독교인의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그것은 바로 기도와 성경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오랜 기간 장로교인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교회를 떠나 생활한 … 더보기
Hot
교회 목회의 중요성
국제선교신문 |
우리 크리스천들의 신앙공동체인 교회에서 성도들을 향한 목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제법 오래 전 한 지인과 식사자리에서 담소를 나누다 색다른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더보기
Hot
진정한 유산
국제선교신문 |
유대인들은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자선’을 꼽는다.탈무드는‘사람이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나,다만 살아있는 동안 자선을 베푼 것만은 하늘나라로 갖고… 더보기
Hot
벧엘로 올라가라
국제선교신문 |
지난 주말에 성경 창세기를 읽다가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다.야곱의 식구들은 가나안 세계에서 큰일을 벌린다.야곱의 예쁜 딸 디나가 가나안 사람들의 축제에 흥미가 있어 몰래 집을… 더보기
Hot
헌 집을 헐지 말이라
국제선교신문 |
러시아 속담에“새 집을 완성하기 전에 헌 집을 헐지 말라.”는 말이 있다.너무 빠른 변화에 좋아하지 말고 옛 것도 소중히 여기라는 함축적인 뜻을 담고 있다.요즘 우리 세대가 너무 … 더보기

Search

Recently

Tags

Poll


결과보기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