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미련한 사람은 고집이 세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생각보다 더 좋은 의견이 나와도 끝까지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경우를
보고 하는 말이다. 주변에 이처럼 자기 생각만이 옳다고 끝까지 우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자기 의견을 주장하려면 깊은 식견과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지식이 적으면 사고의 유연성도 부족해
남의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보는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사실 서로 상대방과 수준이 비슷하면 대화가 쉽다. 결론까지 이르기가 매우 빠르다. 생각의 방향과 목적이 같을 때 일이 훨씬 수월하게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가치관이라 부르는데 과거의 자신의 기억과 지식에
근거하게 된다. 또 개인이 아닌 국가가 지닌 기억을 우리는 역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신앙인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스라엘에는 민족 고유의 기억이 있다. 애굽에서 종노릇하던 때 하나님이 홍해 바다를 건너도록 구원해주신 은혜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광야에서 헤맬 때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해 주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공급해 주시며 먹을 물을 주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주신 은혜도 있었다. 성경은 이것을 기억해 내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나님만 섬길 것을 요구한다.
나는 이런 점에서 우리 개인의 신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보호와 도우심을 받고 큰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은 신앙을 지키기 쉽다.
이 연단을 이겨낸 승리의 신앙인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손양원 목사님을 떠올린다.
손양원 목사님은 자신의 두 아들이 공산당에 죽임을 당했음에도 오히려 아들을 죽인 자를 자신의 양아들로 삼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감염을 무릅쓰고 한센병 환자들을 평생 돌봤고, 6·25 한국전쟁 중에 공산당에 순교당한 기록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손 목사님을 일명 ‘사랑의 원자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손양원 목사님은 하나님의 가르침을 확실히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들고 그것을 실천한 분이시다. 성경대로 믿고 따른 우직한 신앙의 실천가로
미련해서 고집이 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명령을 자신보다 더 귀중하게 여긴 것이 삶으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신앙의 정체성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도 바로 알아야 한다. 기독교인인 이승만 대통령이 초대 대통령이 되어 건국한 대한민국은 수많은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교육과 의술, 문화를 심어 발전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오직 성령의 인도를 받아 죽음을 무릅쓰고 태평양을 건넌
청년 선교사들의 헌신과 열정, 순교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었다는 정체성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서 분명한 정체성을 가질 때 그 정체성이 내 삶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또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우리 모두 신앙관과 국가관에 대해 거룩한 고집과 정체성을 가짐으로써 삶과 신앙에서 승리했으면 좋겠다.
강덕영이사장